오늘 새벽, 스티브 잡스가 들고 나온 아이패드. 솔직히, 기기 자체에는 살짝 실망했다. 여전히 플래시는 재생이 안되고, 많이들 하는 얘기처럼 '아이폰을 크게 키워놓은' 것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미 잡스 옹이 보여줬다시피, 아이패드가 바꿀 가장 큰 시장은 e북 시장이 아닐까 싶다. 아마존의 킨들을 필두로 여러 기기들이 e북 리더 시장을 키우고 있는데, 전자잉크를 도입해서 눈 피로도가 낮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반대로 컬러 재생이 안되는 단점도 있다.

컬러 재생이 안된다는 애기는 e북 리더 사용자를 성인에 국한시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컬러가 굳이 포함되지 않아도 괜찮을만한 책(특히 흑백으로 된 만화에는 최적이라고)을 주로 e북 리더로 본다. 그런 e북 리더 시장에 '컬러'가 도입되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변화는 간단히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시장을 기준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알다시피 아이폰 어플 중에는 '부모가 어린이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어플이 상당히 많은데, 이들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아이폰을 가지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을 하는데 효과적이다. 이는 물론 아이폰의 터치 UI의 편리함과 재미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컬러를 활용해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할 수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섯 살 정도의 어린이에게 흑백으로 된 동화책이나 게임기를 사 주는 부모가 있나 이 말이지.

기존의 e북은 흑백으로만 화면을 표시하기에 당연히 그 고객도 흑백으로 된 책을 주로 보는 성인들이다. 그런데, 아이패드처럼 화려한 컬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e북 리더가 활성화된다면? 잡지사들이 아이패드의 등장을 환영하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는 게 아니다. 잡지의 화려한 사진과 컬러를 그대로 e북에 담아서 보여줄 수 있기에 환영하는 것. 화려한 컬러 사진으로 덮힌 패션잡지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옷을 클릭하면 바로 구매로 연결을 시킨다면? 이건 e북 시장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는 셈이다.

여기에 하나가 더해진다. 흑백으로 된 e북 리더에는 절대 담을 수 없었던 책. 바로 아동용 도서들이 e북 리더기로 들어갈 것이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아이패드로 동화책을 보고, 아이가 터치 UI로 화면에 바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엄마와 함께 스케치북 어플을 펼쳐 낙서를 하고 놀 수 있다면? 주변에 5살 정도의 어린이가 있다면 아이폰을 쥐여줘보라. 한 시간은 금방이다. 그 조그마한 화면의 아이폰도 그런데, 만약 아이패드라면 그 효과가 어떨까.

내가 보기엔 아이패드의 파괴력이 가장 크게 영향을 줄 시장은 PMP도, 넷북도 아니라 바로 아동용 e북 시장이다. 동화책 어플리케이션으로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재미있는 부분에 표시도 하고, 동화책에 딸린 여러 가지 부수적인 자료(선 잇기, 색칠하기 등등)를 같이 탑재해둔다면. 당장 내 형수님도 조카들과 며칠 어디를 가면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을 몇 권 가져온다. 이제 애들이 좋아하는 뽀로로 동영상에 동화책을 아이패드에 한 번에 담아 가져갈 수 있다.

내가 동화책 출판사 대표라면 당장 아이패드용 어플리케이션과 e북을 만드는 데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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