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여행기 : 1코스

기타등등 2010.04.22 21:42
(이미지 출처: 제주올레 공식사이트 http://www.jejuolle.org/course/co_main.html)

올레길 1코스는 대략 15km 정도이고 시흥 초등학교 근처에서 시작해 광치기 해변에서 끝난다. 전날 저녁 제주공항에 도착해 제주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잔 다음, 아침에 버스를 타고 시흥초등학교로 가서 첫 날을 시작했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바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가서 도착 당일 1코스를 걸어도 될텐데, 하지 않은 이유는 단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어서였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아니 정확히 말하면 '더 자야 하는데 억지로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이 일어나지만, 휴가 기간 동안만큼은 절대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올레길을 걷는 동안에도 이 원칙은 지켰다. 더 자고 싶은데 억지로 일어난 적은 없다는 말이다. 설령 늦잠을 자서 하루에 한 코스를 못 걸으면 어떠랴. 내일 걸으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물론 저녁에 별로 할 일이 없어 일찍 잠들었기 때문에 대개 8시에서 9시 사이에 일어났으니 하루에 한 코스를 못 걸은 적은 없다.


시흥 초등학교에 도착하니 몇 명의 사람들이 출발점에 모여 있었다. 여행 계획을 짤 때는 올레 패스포드를 구입해서 스탬프를 받을 생각이었다. 1코스에 있는 안내소에서 패스포드를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사지 않았다. 좀 어처구니 없는 이유 때문에. 이유가 뭐냐고? 안내소까지 걸어가기가 귀찮았다. 정말이다. 15km를 걸어야 하는 출발점, 아니 15코스를 걸을 생각이었으니 대략 220km를 걸으려고 하는 사람이 고작 몇 십미터 떨어진 안내소까지 가기가 귀찮아 그냥 갔다. 어처구니 없지만, 뭐 바로 그게 나다.


올레길은 곳곳에 저렇게 푸른색으로 화살표 표지와 올레길을 알리는 리본을 나무에 걸어놓았다. 물론 시작점을 알리는 팻말이 있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길을 안내한다. 그러니 걷는 동안 길을 잃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푸하. 정확히는 잃었다기보다 공원을 포함한 올레길 코스에서 공원안에서 멍하니 걷다가 표지를 못보고 지나쳐서 조금 돌아갔지. 그런 경우라도 올레지기(공항 관광안내소에서 나눠주는 지도에 올레지기 연락처가 있다)에게 전화하면 간단히 길을 찾을 수 있다.


첫 날은 그나마 걷는 도중에 올레꾼(올레길을 걷는 도보여행자를 부르는 말)을 자주 봤다. 2코스는 정말 몇 명 없더라. 그 뒤로도 7코스를 제외하면 길에서 만난 올레꾼을 다 합쳐봐야 몇 명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비수기에 평일이라 그랬겠지.


이 오름은 1코스 초반부에 있는데, 계단을 따라 올라가게 되어 있고 꽤나 가파르다. 이 오름 올라가면서 땀을 어찌나 흘렸던지. 이날은 날씨도 아주 화창하고 좋았다. 


1코스, 2코스에선 방목하고 있는 소와 말을 자주 만났는데, 그 뒤부터는 거의 만나지 못했다. 내가 어렸을 적 시골에 가면 늘 보던 풍경인데.


이 녀석이 내가 지나갈 때 똥을 싼 송아지다. 그 때 트윗을 하며 지나다가가 '송아지 똥 쌌어'하고 썼던 기억이 난다.


'종달리'라는 마을을 지나면 바다를 만난다. 대략 1코스의 중간 정도 지점인데, 해안도로를 쭉 걷게 되어 있다. 이렇게 날씨가 좋았는데도 잠시 앉아서 쉴 때면 바람에 땀이 식어 추울 정도였다. 정말 귀가 시렵더라. 물론 이날 불었던 바람은 나중에 겪은 맞바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성산 일출봉. 저 멀리 보이는 언덕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길래 처음엔 1코스 종료지점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유명한 곳이라 사람들이 많았던 것. 1코스에서 일출봉을 지나간다는 걸 몰랐다. 올레길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 관광지나 공원은 그 안으로 통과하도록 되어 있지만, 입장료를 받는 곳은 그 옆으로 비껴가도록 코스를 짰다. 돈을 내고 들어갈지 말지는 올레꾼의 몫이다. 난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일출봉도 올라가지 않았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오름은 일출봉 말고도 많으니까.


이 길이 1코스 종료지점에 가까운 광치기 해변이다. 첫날이라 코스 종료지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하고 해변가에 서 있다가 일출봉 아래에 숙소를 잡았다. 그냥 여기가 끝인가 싶었지.


해는 졌지만 아직 어둠은 오지 않은 시간. 저녁을 먹고 살랑 살랑 걸어와 일출봉을 찍었다. 만약 아이폰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DSLR을 가져갔을 거다. 그러고나서 내내 후회했겠지. 그 무거운 걸 메고 걸으면 더 힘들었을테니까. 중간 중간 DSLR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봤는데, 대개 빈 손에 카메라만 들고 있었다. 딱 한 명, 9코스에서 본 여자분은 커다란 배낭을 메고 DSLR로 사진을 찍고 있더라. 대단하다 싶었다.


이게 코스 종료와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올레 패스포드를 사지 않은 대신 이 표지판을 모두 촬영해서 나만의 패스포드를 만들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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