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여행기 : 2코스

기타등등 2010.04.29 18:27
2코스는 광치기 해안에서 시작해, 온평포구에서 끝난다. 코스 길이는 17.2km. 다른 코스와 비교하면 약간 지루한 편.


올레길의 상징.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아마도 말을 형상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머리가 있는 쪽이 진행할 길 방향. 코스 중간 중간 있지만, 많지는 않다. 대부분의 표식은 페인트를 이용한 화살표나 나뭇가지에 걸어놓은 리본이다.


2코스는 걷는 내내 거의 일출봉이 보인다. 이날 저녁 할망집(일반 가정집에서 운영하는 숙소)에서 잤는데, 같이 묵은 손님들 중 한 분이 '그렇게 걸었는데 아직 성산읍도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좀 허탈해 했다.


풀밭에 편안히 누워 눈을 껌뻑이며 졸던 망아지. 내가 사진을 찍으려고 다다가니까 눈을 뜨고 나를 보더니 이내 다시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든다.


제주도의 돌담길은 돌 사이 사이가 붙어 있지 않고 이렇게 구멍이 숭숭 나 있다. 처음엔 좀 의아했는데, 아마도 제주도의 강한 바람에 담이 무너지지 않게 하려고 이렇게 쌓지 않았을까. 저 담 뒤는 무덤이다. 육지와 달리 제주도에는 무덤이 집 옆에, 논밭 옆에 태연히 자리잡고 있다. 무덤 주위를 이렇게 돌담으로 감싸두고. 심지어 중문에서 내가 묵은 숙소 옆 (중문 중학교 후문 바로 근처)에도 무덤이 있었다.


감귤 무인 판매대. 올레길 중간 중간 이런 식의 무인 판매대가 여럿 있다. 시식용 감귤부터 쓰레기 봉투까지 갖다 두었다. 한 봉지에 천원이었던가?


동네에 무덤이 있다해서 공동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코스 중간에 만난 공동묘지.


해안가를 지나 마을로 들어갔는데, '음 좀 많이 지루한걸' 하고 터벅 터벅 걷다가 마을을 빠져나와 다시 바다를 만나는 지점에서 2코스 종료를 알리는 표지판을 만났다. 오후 2시 정도밖에 안된 시간. 예상보다 빨리 코스가 끝나버려 좀 애매했기에, 코스 표지판 바로 앞에 있던 자그마한 휴게소에서 보말국을 먹고 좀 앉아서 쉬다가 3코스로 계속 걸었다.

이 때까지 내가 갖고 있던 지도는 공항에서 받은 지도였는데, 숙소는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중단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일단 걷기는 했는데, 4시가 넘어 5시 가까이 되는데도 숙소가 나타나지 않아 약간 우려하던 차에 할망집을 만났다. 나중에 제주올레 사무실(6코스 중간쯤에 있다)에서 얻은 상세 지도를 보니 내가 잔 곳이 '고정화 할망집'으로, 3코스 초반(대략 4~5km 지점)에 있는 숙소였다.

올레길은 한 코스가 대개 15~19km 정도인데, 3코스와 4코스는 각각 22km와 23km로 다른 코스보다 조금 긴 편이다. 나처럼 2코스에서 출발해 걷는다면 고정화 할망집까지 걸어가서 잔 다음, 다음날 4코스 중간쯤인 토산리 바로 앞까지 걷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하면 3, 4코스를 약간씩 나눠서 걸으니 부담을 조금 줄일 수 있다.

고정화 할망집에서는 교직에서 은퇴하신 분들과 같이 묵었다. 이분들은 약 1주일 예정으로 왔고, 할망집 할아버지가 매 코스 끝나는 지점으로 데리러 와준다면 남은 기간 동안 그곳에서 묵을 생각이라고 하시더라. 이런 식으로 한 군데 숙소를 정하고 올레길을 걷는 사람도 많다. 오히려 나처럼 무작정 걷다 그날 그날 적당한 숙소를 잡아 자는 사람이 드문 편. 코스가 끝나는 지점에 맞추어 숙소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숙소를 발견하면 그곳에서 최대한 머무는 것도 현명하겠지.

약간 지루한 2코스를 지나면 김영갑 갤러리가 있는 3코스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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