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여행기 : 3코스 김영갑 갤러리

기타등등 2010.05.03 17:21
올레길 3코스엔 젊은 나이에 작고한 사진작가 김영갑의 갤러리 두모악이 있다. 3코스 출발점에서 14km 지점. 김영갑은 제주도의 풍광에 푹 빠져 제주도 전역을 촬영하던 중에 불치병인 루게릭병으로 사망했다. 내 외삼촌 역시 근무력증으로 돌아가셨기에 이 병이 전혀 낯선 병은 아니다. (근무력증과 루게릭병이 조금은 다를텐데,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둘의 차이를 모르겠다.) 외삼촌도 김영갑과 비슷한 연배에 돌아가셨다.


잔뜩 찌푸린 날에, 아이폰 카메라로 촬영하다보니 갤러리 풍경을 영 제대로 담지를 못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제주도를 방문할 사람들은 아마도 김영갑 갤러리에 들를테니 직접 가서 보시길.


김영갑 갤러리에는 무인찻집이 있다. 캡슐커피를 이곳에서 처음 봤는데, 캡슐째 커피 머신에 넣으면 커피를 만들어준다. 아마도 돈을 내지 않고 차와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은 탓인지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한다. 한 잔에 3,000원이면 저렴하다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마셨으면 돈은 내야지.


바다목장은 이름 그대로 바다 바로 옆에 있는 목장이다. 사유지인 목장을 올레꾼을 위해 개방해준 것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조용히 지나가자. 난 길 옆에 앉아 할망집에서 준 삶은 계란과 에너지바, 한라봉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목장으로 걸어 들어갈 때는 말이 보였는데, 목장 안에 들어서서 보니 모두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그래서 아쉽게도 말이 풀을 뜯는 모습은 담지 못했다.


3코스 종료지점인 표선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물이 빠져나가고 나면 걸어서 지날 수 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모래의 감촉을 느끼며 횡단.


표선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갑자기 구름이 걷히고 햇볕이 반짝. 토산리에 숙소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이대로 계속 걸어 토산리에서 1박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숙소가 있는 곳은 정확히는 토산리가 아니었고, 토산리로 가기 직전. 결과적으로 이날 오후가 올레길을 걸었던 날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다.


봄날의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해안도로 아스팔트 위를 약 5km 쯤 걸었다. 걷는 동안 바닷가 풍경은 정말로 멋있었으나, 정작 그 길을 걷는 난 5km가 아니라 거의 10km를 걸은 기분이 들만큼 힘들었다. 더구나 더 이상 귀와 뒷목을 햇볕에 그을렀다간 밤에 잠은 다 잘 거 같아 웃옷에 달린 모자를 내내 덮어쓰고 걸었기에 바람 한 점 느낄 수 없었다.


해안도로 끝에서 민박집, 펜션 등의 숙소가 보였으나 이곳이 토산리는 아니었기에 좀 더 걷기로 결정. 바윗길을 헤치고 숲길에 접어들었다가 결국 포기하고 다시 되돌아나왔다.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꼬박 걸었던 날은 열흘 중 이날 하루 뿐. 아무래도 되돌아가서 자야겠다 싶어 지나온 길을 되짚어오는 한 시간 동안 발이 어찌나 아픈지 내 발이 불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도 이 날 저녁을 생각하면 발이 아파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