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를 배려한 날짜 표기, 어떻게 할까

웹과 모바일 2010.05.25 00:16
여러분은 '오늘'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 무슨 뜬금 없는 질문이냐 싶겠지만, 사실 '오늘'의 기준은 분명하면서도 모호하다. 보람찬 한 주를 마친 금요일 밤. 친구를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느라 자정이 넘었다. 문득 낮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다 친구들에게 말을 꺼낸다.

"야, 오늘 낮에 말야..."

'오늘 낮'인가? 엄밀히 따지면 자정이 넘었으므로 '어제'다. 하지만, 우리의 관념은 조금 다르다. 자정이 넘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오늘이 가고 내일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온라인 서비스를 기획하다보면 '날짜'를 표시해야하는 일이 종종 있다. 날짜를 명시하지 않으면 의미가 약해지는 경우도 있다. 가령 기사라든가, 게시판에 올려진 글 같은 경우는 해당 글이 입력된 시점을 보여주지 않으면 혼란을 줄 수도 있다. 대개 이런 경우에 2010-01-01의 형태로 날짜를 보여주고,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입력한 시/분까지 표시한다. 이것이 기존의 온라인 서비스가 흔히 택하는 방식이다. 나 역시 이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고, 그저 사이트 전체에 동일한 형식을 적용하는 것에만 신경을 썼을 뿐이다. 그러던 중 아이폰을 사고 트위티2라는 어플리케이션을 구입하고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트위티. 며칠 전 아이폰 트위터 공식 어플이 되어 무료로 출시됐다.

캡쳐한 이미지에서 뭔가 특이한 것이 눈에 띄지 않나? 개별 트윗이 등록된 시각 표시를 자세히 보면 '0월 0일 0시'의 형식이 아니라, 트윗을 보는 바로 그 시점을 기준으로 '몇 분(몇 시간)'전에 등록한 트윗인지를 표시하고 있다. 만약 등록한지 하루 정도가 지난 트윗이라면 '1일전'이라고 표시하는 형식이다. 몇월 몇일 몇시라는 통상적인 날짜 표기법을 완전히 뒤집어 엎은 거지. 이거, 정말로 중요한 거다. '날짜'라는게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임을 예리하게 간파했기에 이런 표기법이 나올 수 있다. 왜 날짜를 표시하는가에 대한 깊은 통찰이 없이는 이런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아, 물론 우리와는 달리 '1시에서 15분 지났다'는 형식으로 시간을 말하기도 하는 영어 표현의 영향도 분명 있을 터다)

자, 다음 사례를 보자. 날씨를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의 사례다.

내가 사용하던 날씨 어플도 꽤 괜찮았는데, 조금 더 보기 편한데다 한국 어플이라 요걸로 바꿨음

내가 이 화면을 캡쳐한 때는 일요일 밤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0시 48분이니, 분명 월요일이지. 그런데 이 어플에서 표시하는 '오늘'은 아직 일요일이다. 분명 월요일이 되었음에도 어플은 여전히 일요일을 '오늘'로 표시한다. 잘못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잘못되긴커녕 정말 멋진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일요일 밤 자정을 넘긴 시간, 분명 월요일이 되었지만 이 어플을 실행한 사용자의 마음은 아직 월요일이 아니다. 일요일이다. 이 시점의 사용자에게 '내일 날씨'는 화요일이 아니라, 월요일의 날씨다. 그 이유는 시간 혹은 날짜에 대한 개념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월요일 0시 48분의 나는 아직 일요일의 연장선에 있다. 달력은 월요일이 되었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월요일은 시계가 0시가 넘었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잠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비로소 오기 때문이다.

2009-01-01 15:13, 이런 형식의 표기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불편한 것도 아니다. 다만 똑같이 날짜와 시간을 표시하더라도 그것을 보여주는 이유에 대한 통찰을 가지면 날짜와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임을 깨달을 수 있다. 그 결과 위와 같이 색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