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어 부스럼

기타등등 2011.03.12 15:53
지난 일요일 CCK 사무실에서 맥OS용 MS 오피스와 윈도용 MS 오피스의 호환 여부를 확인했다. 윈도에서 작성한 파워포인트 문서와 엑셀 문서가 별 문제 없이 잘 호환되는 것을 보고, 안심하고 바로 MS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오피스를 구입, 다운로드, 설치까지 해버렸다. 그러고나서 월요일 사무실에 출근해 윈도우로 부팅하지 않고, 맥OS로 부팅해서 아주 행복하게 일을 잘 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 내가 계약한 회사(전 직장이다)에서 사용하는 프로젝트 게시판이 익스플로러 외에는 글 작성을 할 수가 없다는 걸 발견. 사실 '발견'이라고 하기엔 뭐한게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 뿐이니까.

암튼 그 덕에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결국 VM웨어를 설치해서 윈도를 구동하기로 맘먹었다. 이대로 포기하기엔 아깝잖아. 그러니 프로젝트 게시판에 글을 써야할 때만 VM웨어로 윈도우를 실행하면 되겠다는 계산이었지. VM웨어를 설치하니 부트캠프에 있는 윈도를 불러오는 옵션이 있다. 오케이! 이제 모든 상황이 종료된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음날, VM웨어로 부트캠프의 윈도를 실행하니 '정품인증을 받지 않았다'고 뜬다. 뭔 소리냐. 내 방 책장에 윈도7 DVD가 얌전히 꽂혀 있구만. 뭐 그냥 무시하고 할 일을 한 다음 VM웨어 종료. 이후 쓸 일이 없다가, 어제 다시 VM웨어를 띄우니 같은 메시지가 또 뜬다. 이거 왜 이러나 싶어 MS고객센터에 전화를 해보니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VM웨어는 가상 하드디스크를 설정해서 윈도를 사용하는 것이므로, 이렇게 할 경우 맥북에어 부트캠프에 정품인증을 받은 하드디스크와 VM웨어가 사용하는 가상 하드디스크를 별개의 하드디스크로 인식한다고 한다. 정리하면, 둘 중 하나를 포기하라.

논리적으론 맞는 말이다. '버추얼 머신'이라는 원리를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근데, 감정적으론 이해가 안된다. 동일한 노트북에 소프트웨어를 하나 더 설치했을 뿐인데, 정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니. 내가 이런 소리나 들으려고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비싼 돈 주고 윈도7 정품을 산게 아니란 말이다. 윈도95 때부터 꼬박 꼬박 정품을 썼는데, 이제 와서 이런 소리를 듣다니. 상담원한테 뭐라 해봐야 별 답변도 못들을테니 그냥 알았다 하고 전화는 끊었지만, 배신감이 몰려왔다. 이건 너무하잖아.

드디어 밤. 퇴근해서 비트토런트로 윈도XP를 다운받았다. (그러고보니 VM웨어는 정품이 아니군. 이것까진 못 사겠..) 다 받고 나서, 부트캠프로 설정된 걸 날리고, 윈도XP를 설치. 설치는 잘 끝났는데, 아놔. 랜카드 드라이버를 못잡겠다. 일단 나중에 찾기로 하고 부트캠프의 윈도로 부팅해보니, 이게 웬일. 여전히 정품이 아니라고 복제품이라고 정품을 사라고 한다. 책장에 정품DVD 있다니까!

뭔가 이상하다 싶어 다시 맥OS로 부팅해서 VM웨어를 지우고 다시 윈도로 부팅해봤다. 아. 이제 정품인증 메시지가 안뜬다. 이거 그냥 VM웨어와 부트캠프를 같이 쓰면 뜨는 문제인가보다. 그렇다면 정말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나? 문제는 VM웨어로 윈도7을 쓰면 너무너무너무 느리다는 데 있다. 나중에 환경이 바뀌어서 불가피하게 윈도만 써야할 경우가 되면 도저히 이걸로는 업무를 할 수 없다. 고민하던 중에 에라, 그냥 VM웨어를 포기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렇게 그냥 VM웨어만 날리고 말았으면 될텐데, 괜히 찝찝한 마음에 부트캠프를 날리고 윈도를 다시 깔았다는 거다. 윈도7을 재설치하고 나니, 어찌 어찌 연결했던 매직마우스도 안잡히고, 터치패드의 두손가락 스크롤도 인식을 못한다. 심지어 마우스 오른쪽 버튼도 인식이 안된다. 분명 한 번 설정했던 매직마우스이건만 아무리 애를 써도 안되고, 터치패드는 그냥 드래그, 클릭만 작동한다. 이젠 윈도로 부팅하면 마우스 없이는 노트북 사용이 불가능하다.

정말 제대로 긁어 부스럼 만든 셈이다. 덕분에 오늘 낮에 하려던 일은 죄다 올스톱. 아침에 일어나서 내내 맥북 에어 세팅만 하고 앉았다. 뭐 어째. 포기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