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해킹, DMCA위반인가?

CCL과 저작권 2009.04.28 16:09
아이폰/아이팟 터치를 해킹해서 아이튠즈 이외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저작권법 침해일까? 이 점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이 곧 생길 듯 하다.

애플이 위키 사이트에서 아이팟 해킹 방법을 공유한 내용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이 내용은 삭제됐다. 이에 대해 전자 프런티어 재단에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소식. (기사 보기)

이 사안은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DVD의 복제방지장치를 풀어버려서 'DVD존'으로 유명해진 노르웨이의 해커 '존 레흐 요한슨'이 그 뒤에 한 일이 아이튠즈의 DRM을 무력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애플이 새로운 버전을 내놓고, 그 직후에 다시 요한슨이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는 쫓고 쫓기는 게임도 벌어졌다. 다만 재미있게도 이런 일이 있고난 뒤 -이유야 어쨌든- 아이튠즈엔 DRM 프리 음악이 등록되고, 지금은 국내 이통사도 DRM 프리 음원을 제공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 해킹 방법을 삭제하라'고 요청할 수 있는 근거는 미국의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이다. 1998년에 제정된 이 법안의 핵심은 기술적 우회방법(이른바 해킹)을 통해 제품에 적용된 제한을 풀거나 변경하는 행위를 금한다는 내용이다. 푸는 행위를 금지할 뿐더러, 이것을 공유하거나 알리는 것도 금지한다. 간단히 말해서 소비자는 제조사가 만들어준 대로 그냥 그 제품을 쓰라는 거다. 변형하지 말고.

아이폰의 경우 아이튠즈를 통해서만 음원을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 제작해서 출시한 제품을 해킹해서 아이튠즈 외의 서비스에서 음원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누군가 위키 사이트를 통해 공유했고, 애플은 이를 DMCA 위반이라며 삭제를 요청했고, 실제로 그 정보가 삭제됐다. 이런 일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지 않는 사람들이 꼭 있기 마련인데, 미국의 경우엔 특히 전자 프런티어 재단이 대표적이다. 이번에도 역시 전자 프런티어 재단이 나서서 소송을 걸겠다고 엄포를 놨다. 애플은 이미 지난 2월에  '아이폰의 Jailbreaking이 불법이라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이 때도 전자 프런티어 재단이 반발하고 나섰는데, 이번 일은 그 때의 연장선인 셈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봐선 애플은 아이폰을 해킹하는 행위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관점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이를 대외적으로도 공표하고 있다. 음원에 적용하는 DRM를 해제한 것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일텐데, 그 말은 바꿔말하면 애플이 아이튠즈를 능가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이 일을 계속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일종의 '컨텐트 카르텔', 즉 애플을 중심에 두고 아이튠즈와 같은 서비스들이 여러 개 형성이 되어 다양한 가격과 계약 조건으로 음원 판매를 해서 애플의 수익을 더 높여주는 방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애플은 아이팟의 Jailbreaking을 계속 문제삼을 듯 하다. 더구나 앱스토어까지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니만큼.

DMCA가 버티고 있는 이상 소비자가 구입한 제품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스스로 발전적인 방향이라고 믿는)으로 변형하는 행위를 막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1998년의 소비자와 지금의 소비자는 분명 여러 면에서 '다른 사람'이고, 당시의 시장 환경, 제품 트렌드와 지금은 더욱 많이 다르다. 이미 제정된지 10년이 넘은 이 법안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함으로 해서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생긴다면,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법무법인?)

참고글: 고객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한층 성장하는 계기로 삼은 레고의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