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과 오픈문화

CCL과 저작권 2009.04.23 16:30
이 포스트는 11월 26일에 상상마당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글로 정리한 것입니다. 이 글의 내용은 로렌스 레식의 저서 "자유문화"에 기본을 두고 있음을 밝힙니다.

저작권자, 그 무한한 권력의 원천

2003 년 4월,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가 네 명의 대학생에게 1500만 달러짜리 소송을 걸었다. 이 네 명 중 한 명인 제시 조단은 당시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는 학생이었는데, 그가 소송을 당한 이유는 하나였다. 컴퓨터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는 것. 그는 학과수업을 받으며 여가 시간에 교내 네트워크에서 작동하는 검색 프로그램을 하나 제작했다. 더 정확히는 다른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의 단점을 고쳐서 좀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탈바꿈시켰다. 조단이 제작한 프로그램은 곧 학생들에게 알려지게 되고, 많은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문제는 이 검색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컴퓨터에 공유된 mp3 파일까지 검색해준다는 데에 있었다. 이를 불법행위로 판단한 RIAA는 조단을 포함한 4명의 대학생에게 15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요청하는 재판을 걸었다.

조단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결국 12,000 달러의 합의금을 내고 소송을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다. 현실적으로 그 소송을 계속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재판을 취재한 CNN의 기사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아무도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None has admitted to any wrongdoing" (CNN 2003.5.6)

이 재판이 벌어지기 약 7년 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아주 이상한 재판이 벌어졌다. 미국 작곡가, 작가, 출판인 협회에서 걸스카웃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던 것이다. 소송의 사유는 간단하다. "새는 노래할 수 있지만, 캠핑을 하는 사람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이상 노래할 수 없다(The birds may sing, but campers can't unless they pay up.)"는 것. 이것은 현재의 저작권자들이 내세우는 한 줄의 문장, "가치가 있으면 권리가 있다(If value, then right)"는 말이 무슨 뜻인지 함축해서 보여주는 사례다.

컴퓨터를 전공하는 학생이 공부의 일환으로 제작한 검색 프로그램에서 의도하지 않게 mp3 파일이 검색되는 것을 트집 잡아 거액의 배상금을 청구하고, 캠핑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걸스카웃에게 소송을 거는 저작권자. 이들은 과연 원래부터 이런 권리를 가지고 있었을까?

창작자들의 시대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미국 영화 산업의 메카, 헐리우드. 다들 알다시피 헐리우드는 캘리포니아주 LA에 기반을 잡고 있다. 하지만, 헐리우드를 구성하는 영화인들이 애초부터 캘리포니아에 자리를 잡고 영화를 찍은 것은 아니다. 이들이 처음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곳은 바로 미국의 동쪽 해안 지역이었다. 그러던 이들이 미 대륙을 횡단해서 서쪽 끝으로 옮겨온 것은 1900년대 초반. 이들은 왜 미 대륙을 횡단해야만 했을까?

바로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 때문이다. 에디슨은 영화 기술에 대한 특허를 독점하고 있었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에디슨에게 특허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이 택한 것은 에디슨의 눈에서 벗어나는 것. 바로 '도망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당시의 창작자들은 쫓겨다니던 존재였을까? 그렇지는 않다. 미키 마우스를 탄생시킨 월트 디즈니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창작자 중 한 명이다. 1928년, <Steamboat Willie>라는 제목의 장편 만화에서 처음 미키 마우스를 등장시킨 이후 월트 디즈니 -그리고 디즈니 사- 는 수없이 많은 만화영화를 탄생시켰다.



위 에 보이는 포스터가 디즈니에서 만든 대표적인 만화영화 중 몇 편이다. 슬쩍 보기만 해도 상당히 친숙한 제목들이 많다. 백설공주를 비롯해서 알라딘, 피노키오까지. 이들은 모두 훌륭한 만화영화라는 공통점 외에도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들 만화영화들 중 디즈니에서 완전히 창작해낸 이야기는 한 편도 없다는 것이다. 디즈니가 만든 가장 유명한 캐릭터 중의 하나인 미키 마우스가 처음 등장하는 만화영화 <Steamboat Willie> 역시 당시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가였던 버스터 키튼의 영화 <Steamboat Billy Jr.>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이러한 디즈니의 행위는 저작권법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볼만한 여지가 있다.

어떻게 해서 디즈니는 이렇게나 많은 만화영화들의 이야기를 단 한 편도 스스로 창작해내지 않고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 (분명히 밝혀두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창작성을 폄하할 의도는 없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가 가진 문화적 자산,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이 있기에 가능했다.

우리 사회의 자산, 퍼블릭 도메인

퍼블릭 도메인이란 '그림, 음악, 문서 등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없는 것, 혹은 저작권이 소멸한 저작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말로 표현해 본다면 '공공의 저작물' 정도 된다. 이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저작물로서, 이 사회를 지탱하는 문화적 자산이다.

그럼, 이 퍼블릭 도메인은 인류가 창작을 하는 순간부터 존재했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앞서 퍼블릭 도메인의 정의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용한 용어를 자세히 보면 '저작권이 없는 것'이라는 대목이 있다. 저작권이 없는 저작물이 퍼블릭 도메인이라면, 그것은 저작권이라는 게 생기고 난 뒤부터 퍼블릭 도메인이라는 개념이 따라왔다는 뜻이 된다. 그럼 이 퍼블릭 도메인은 언제 생겼을까.

저작권법은 1710년, 앤 여왕법이 제정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법의 목적은 '책의 저작자, 저작권 소유자가 책을 일정한 기간 동안만 인쇄할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이 문장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은 바로 '일정한 기간 동안만'이다. 당시 인쇄술의 발명으로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지식이 급속도로 확산되던 시기였고, 앤 여왕법은 이러한 지식, 즉 책의 유통을 통제할 필요에 따라 제정된 법률이다. 앤 여왕법에 따르면 저작권자는 14년 동안 저작물을 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저작권이 Copy+Right (복제+권리)로 이루어진 것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다. 저작권자가 14년이 지난 이후에도 살아 있다면 이 권리는 14년 더 연장되었다. 즉 당시만 해도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자의 복제권은 28년에 불과했다. 당연히 이 기간이 지난 저작물은 모두 퍼블릭 도메인으로 넘어갔고, 모든 이가 자유롭게 이용, 복제, 출판, 변형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었다.

디즈니는 바로 이 퍼블릭 도메인의 영역에 있던 소설을 토대로 만화영화를 만들 수 있었고,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디즈니 제국을 이뤘다. 다시 말해 지금의 디즈니는 퍼블릭 도메인에 일정 부분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 이 때 제정된 저작권법은 세월이 지나면서 어떤 형태로 달라져왔을까?

확장의 역사, 저작권법

1710 년 앤 여왕법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당시 저작권자, 정확히는 출판업자들은 이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여러 차례의 결정적인 재판이 있은 후 유명무실했던 앤 여왕법은 다시 그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후에도 저작권 보호기간은 수없이 많은 변화를 겪는다. 1831년에는 저작권자는 28년간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갖고 사후 14년간 그 권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것이 1909년에 이르면 사후 28년으로 늘어나게 되고, 1962년부터 1998년까지 지속적인 개정를 통해 마침내 저작권자의 생존기간 더하기 사후 50년 동안 그 권리가 보호되는 상황에 이른다.

지극히 염려되는 점은 지금도 디즈니-퍼블릭 도메인을 이용해 저작물을 만든 바로 그 디즈니-를 비롯한 저작권자들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의회에 로비활동을 하고 있고, 이런 이유로 현재 사후 50년까지 보장된 저작권 보호기간이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에 있다. 간단히 말해 대략 1930년대 이후의 저작물은 지금도 대부분 보호기간에 포함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는 그만큼 우리의 공동 자산인 퍼블릭 도메인의 축소가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작권법은 보호 기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만 늘어나지 않았다. 저작권법의 확대에는 그 대상이 되는 저작물의 확대 역시 포함된다. 처음에는 책, 지도, 해도 이 세 가지에만 저작권이 인정되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언어, 음악, 미술, 사진, 연극, 건축, 프로그램, 영상, 도형에도 적용되고 있다. 아울러 저작물의 이용제한도 확장되었다. 애초에 '복제'를 금지하는 것에서 출발한 저작권법은 이후 전시, 배포, 공연, 2차적 저작물 생성, 방송, 대여, 전송을 모두 금지하는 것에 이른다.

이는 다시 말해, 누군가의 저작물을 이용해 무엇이든 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허가'를 맡아야 함을 의미한다. 창작자가 창작물을 만들기 전에 '내가 만들고 있는 창작물이 누군가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매번 살펴봐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단적인 예로 당신이 촬영하는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에 실수로 누군가의 저작물이 삽입되었다면 (지극히 짧은 몇 초의 시간 동안, 단 하나의 멜로디라 하더라도) 당신은 그 저작물 사용에 대한 협의를 마치기 이전까지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그 어느 곳에서도 공개할 수 없다. 당신 집 안방을 제외하면. 교육용이니까, 비영리 목적이니 문제 없다고 확신하지 말라. 어느 순간 소송이 제기되고, 그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당신의 모든 재산을 날릴 수도 있다. 제시 조단은 그가 대학시절 내내 모아둔 12,000 달러를 합의금으로 내놨다.

저작권법은 누구의 편도 아니다

앞서 저작권법은 여러 차례 변화를 겪으며 확장해왔다고 말했다. 이는 저작권법이 기술의 발달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저작권법은 그 기술로 인해 벌어지는 다툼을 해결해야 했고, 현실적으로 가장 공정한 방안을 찾는 데에 고심해 왔다. 최근에 이르기까지 저작권법은, 그러니까 의회와 법원은 이 역할을 적절히 잘 수행해오고 있었다. 그 결과 우리는 VCR을 사용해 TV 프로그램을 녹화해서 다시 볼 수도 있고, 카세트 테이프와 CD로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영화 기술에 대한 특허권으로 영화 제작자들을 압박했던 에디슨 역시 축음기를 발명함으로 해서 이전의 저작권자, 즉 작곡가의 권리를 일정 부분 빼앗아오는 결과를 만들었다. 새로운 기술은 항상 이전의 권리와 충돌하면서 발전해왔다. 저작권법의 역사는 이러한 상황을 적절히 조율함으로써 저작권자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온 것이다. 다시 말해 저작권법은 작가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유인을 제공해야할 필요성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 저작물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접근을 보장해서 공공의 이익을 보장해야할 필요성도 있다. 이 사이에서 잡는 균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것이 바로 21세기에 접어든 지금이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저작권법은 이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까. 지금의 저작권법은 양쪽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고 있는 것일까. 1900년대 초반 디즈니가 선대의 창작물을 기반으로 더욱 뛰어난 창작물을 만들어낸 것처럼, 음향기술의 발달로 영화에 소리를 집어넣음으로써 영화를 더욱 멋지게 만들어낸 영화 제작자들처럼, 오늘날의 창작자들도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인가.

실제로 일어난 일화를 보며 이런 현실을 생각해보자. 한 어머니가 아이가 부엌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을 한 후 유튜브에 올렸다. 겨우 걸음마를 뗐을 법한 아이가 음악 소리를 들으며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은 많은 이들이 흐믓하게 지켜볼만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얼마 뒤, 이 영상은 유뷰브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이유는 단 하나. 아이가 뛰어노는 동안 집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던 프린스의 음악 'Let's go crazy' 때문이다. 이 음악의 저작권자는 유튜브에 저작물의 게시 중단을 요청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중에 있다.주2)

내 아이가 뛰어노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에 누군가의 저작물이 우연히 포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영상을 공개할 수 없게 된 세상. 이것이 과연 진정 창작자를 위한다는 저작권법의 취지에 맞는 모습인가.

주1)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것은 잭 골드스미스와 팀 우의 저서 "인터넷 권력 전쟁"에 잘 드러나 있다.
주2) 이 유명한 아기 동영상과 관련된 재판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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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thinkr.egloos.com BlogIcon sjOOnk 2009.04.23 20:3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ccwith.me~ 블로그 이름 아주 멋져요. 나날이 발전하시길.. (자주 들를께요.)

  • Favicon of http://mental-sports.com BlogIcon mental-sports 2009.04.24 01:0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ccwith.me~ 블로그 이름 아주 멋져요. 나날이 발전하시길.. (자주 들를께요.) (2)

    따라쟁이 입니다 ㅋㅋㅋ

  • 순찰자 2009.04.24 09:3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ccwith.me~ 블로그 이름 아주 멋져요. 나날이 발전하시길.. (자주 들를께요.) (3)

    저는 있는 블로그도 없애야할 정도로 관리안되고 있는데 하나 더 만드시다니.^^

    • Favicon of http://www.ccwith.me BlogIcon mindfree 2009.04.24 09:38 신고 수정/삭제

      새로운 형식의 댓글놀이인가. 흐흐.
      집을 청소할 능력이 있어야 한 채 더 사는 건 아니더라고.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