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L 적용된 글을 퍼가서 올블로그에 발행할 수 있다

CCL과 저작권 2009.04.23 16:17

칫솔님의 블로그에서 칫솔님의 포스트를 퍼가서 올블로그에 피딩한 사례에 대한 포스트(불펌 발행에 대한 올블의 대책이 궁금합니다.)를 봤다.

그 아래에 달린 댓글을 보다가 혹시나 해서 CCL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고자 한다.

1. 칫솔님이 적용하신 CCL에 대해

칫솔님이 적용한 CCL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이다. 칫솔님의 저작물을 이용함에 있어서 위의 세 가지 조건을 지켜달라는 요구이자, 이 조건을 만족하면 칫솔님의 저작물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일종의 '권한 제공'인 셈이다. 즉, 칫솔님의 저작물을 가져가서 1) 이 저작물의 원저작자가 '칫솔'님이라는 것을 밝히고 2) 저작물을 영리적인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며 3) 저작물의 변경을 하지 않는다면, 칫솔님의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2. 그렇다면 관건은?

관건은 칫솔님의 글을 가져간 사람이 칫솔님의 조건 중 하나인 '저작자 표시'를 지켰냐는 것에 있다. 그러나, 칫솔님의 포스트의 전후 맥락을 봐서는 이 사람이 이 조건을 지켰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되며, 이는 CCL과는 무관하다. 올블로그에 피딩을 했다는 것은 해당 글이 온라인에 공개되어 있다는 뜻이고, 그것은 곧 이미 저작물의 유통까지 저작자의 허가없이 마음대로 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두 말할 나위가 없다.

3. CCL이 적용된 저작물을 퍼가서 메타블로그에 피딩할 수 없나?

전혀 그렇지 않다. (뭐라고?) 당연히 피딩할 수 있다. 저작자가 제시한 CCL 조건을 만족하는 범위 안에서 행해지는 것이라면 피딩이 아니라 출판, 인쇄, 판매까지 가능하다.

한 예로 지금 이 글을 쓰는 내 블로그에 적용한 CCL은 '저작자표시'이다. 그 말은 이 글을 작성한 원 저작자인 'Mindfree'를 명시하는 조건이라면 이 글을 가져가서 올블로그에 발행하건, 인쇄를 해서 돌리건, 책을 만들어 팔건, 수정해서 재발행하건 관계없다는 의미다. 영리 목적으로 사용해도 관계 없다는데 메타블로그에 피딩하는 것 쯤이야.

다시 말하지만, 칫솔님의 글을 가져간 사람이 '작성자 칫솔'이라고 해둔다면, (예의상 블로그 주소 정도는 적어주겠지?) 올블로그에 발행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 글의 원 저작자 칫솔님이 그렇게 허가했으니까.

4. 그럼, 칫솔님의 글을 '애드센스'를 부착한 블로그에서 배포한다면?

상당히 민감한 질문이다. 사실 이 부분이 CC에서도 고민이 많은 것이기도 하다. 애드센스 이전에는 개인이 온라인에 개설한 개인적인 공간에서 직접적인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개인의 블로그에 애드센스를 설치해서 직접적인 이득을 얻게 되는 상황이 되자, 엄밀히 말해 완전한 비영리적 공간이란 없다고 봐야 한다. 단돈 1달러를 번다고해도 어쨌든 '영리 활동'인 것은 맞지 않나. 물론 그 돈을 구글에서 바로 수표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구글이 수표를 발행하는 최소 금액(애드센스를 안쓰다 보니 얼마진지는 모르겠다)에서 1달러가 모자랐던 블로거라면, 바로 그 저작물로 인해서 남은 1달러가 충족되어 수표를 발행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내 지식으론 애드센스를 적용한 블로그를 영리 목적으로 봐야 한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사실 CC Korea의 윤종수 판사님도 사석에서 '해당 저작물이 애드센스 수익에 기여한 정도를 살펴보고 해석하는 것 외에는 현재로선 명확히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으니, 이건 한 마디로 잘라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 문제를 법적인 면에서 논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CCL의 의도를 해치는 것이 된다는 점은 말하고 싶다. CCL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타인에게 나누어주는 행위라고 이전 포스트에서 말한 바 있다. '비영리'가 명시된 저작물을 애드센스가 설치된 블로그에 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 그 의도를 알고 있지 않을까?

'나는 애드센스를 달고 있지만, 이 글은 혼자 보기 아까워서 그냥 널리 알리려고 가져가는거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오얏나무 밑에선 갓 끈을 고쳐매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