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회를 잘하는 7가지 방법

웹과 모바일 2010.09.18 22:47

예전 블로그에 쓴 글을 재발행함.

웹기획 일을 하다보면 '시연회'라는 것을 갖게 된다. 굳이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가 아니라, 진행하는 도중이라도 시연회라는 이름을 붙여 고객을 대상으로 제작한 화면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경우도 많다. 실제 작업을 하는 것 외에 해야할 일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싫어하는 기획자도 있을테지만, 시연회는 결코 대충 봐선 안되는 행사이다. 왜냐면 시연회라는 것의 특성상 업무를 진행하며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나누는 담당자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 윗분들 혹은 관련 부서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시연회는 기획자 본인과 개발 인력들의 작업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계기도 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프로젝트를 담당한 담당자의 '얼굴'을 세워주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데에 있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동고동락해야만 하는 담당자가 칭찬을 받으면 그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한테, 더 나아가 회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만약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온라인을 통해 무언가를 서비스하는 업체라면 시연회가 더 자주 있을 수 있다. 이것 저것 새로운 서비스가 추가되거나 기존의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많으니 그렇게 된다. 해당 작업을 완전히 종료한 경우가 아니라, 베타 버전을 보여주는 형태가 될 때 특히 조심해야 하는데, 자칫 어설프게 진행하다가는 마무리 되어가는 일의 옆구리에서 다량의 폭탄이 터지고야 만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시연회를 잘 하는 요령 7가지를 짚어보자.

1. 오늘 보여줄 서비스의 목적에 대해 30초간 먼저 설명한다.

오늘 모인 목적에 대해 대략 30초 내외에서 간략히 설명하고 시작하자. '30초'라는 시간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알고 있는 무언가를 다른 이에게 설명할 때 30초 안에 설명할 수 없다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은 '핵심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뜻한다.

"오늘 보여드릴 것은 2주 후 런칭할 블로그 서비스입니다. 각종 대중가요의 비평을 전문적으로 하는 블로거들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서비스이며, 석 달 뒤 오픈할 mp3 다운로드 사이트의 수익 창출 유도를 목표로 합니다"

인사말 이후 바로 이런 방식으로 이번 서비스의 개요와 목표를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시작하자. 무엇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는지, 어떤 면을 중심으로 설명을 할 것인지에 대한 배경을 이 말 한 마디에 모두 담을 수 있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을 보면 '오늘 내가 할 연설은 세 개의 이야기이다. 별 거 아니다. 단지 세 개의 이야기만 하면 된다'고 시작한다. 청중에게 오늘 연설의 길이가 얼마나 될지, 뭘 얘기할지를 개략적으로 알려줌으로써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2. 눈에 보이는 것을 설명하라.

'도대체 뭘 얘기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화면에 다 보이잖아' '보면 알잖아'가 그들이 '할 말이 없다'고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다. 보이는 걸 말해야 한다. 보는 걸로 충분하다면 굳이 시연회라고 이름붙여 사람들을 모으지도 않았을 거다. 그냥 페이지 주소만 보내주면 되지 무엇 때문에 바쁜 사람들을 모아두겠나.

화면엔 예제로 만든 누군가의 블로그가 펼쳐져 있다. 왼쪽에 '한국의 힙합 씬' '롹의 전설들' '기타리스트 명예의 전당' 이런 메뉴들이 보인다.

"자, 화면 왼쪽에 보이는 것은 이 블로그의 세부 메뉴입니다. '한국의 힙합 씬' '롹의 전설들'.. 이런 식으로 사용자가 자신의 메뉴를 생성할 수 있고, 생성된 메뉴의 위치는 사용자 임의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그럼 메뉴를 하나 더 추가해보겠습니다"

요즘 웬만한 사람들은 홈페이지(블로그도 결국 홈페이지의 일종이다)를 보면 어느 것이 메뉴고 어느 걸 눌러야 내용을 볼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굳이 설명을 안해도 눈으로 보면 대충 '음 그렇군' 할만하다. 그렇다면 왜 설명하나?

'구체화'를 위해서 그렇게 한다. 시연회는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설명하듯이 해야 할 필요도 있다. 교사가 눈 앞에 보이는 텍스트와 그림을 다시 말로 설명하는 것은 그것을 구체화해서, 실제로 살아있는 정보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보이는 것의 정의를 내리고, 무언가로 규정해 줄 때 비로소 사람들이 명확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법이다.

3. 눈에 안 보이는 것을 설명하라.

화면에 보이는 결과물만을 설명하며 시연회를 할 수는 없다. 거기에 살을 붙여야 한다. 그럼 뭘로 살을 붙일까?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보여주기까지의 과정, 배경 정보를 설명하라.

"사용자가 음반 정보를 불러와 글을 쓰고 등록을 클릭을 하면 몇 가지 프로세스가 순차적으로 진행됩니다. 해당 음반의 제품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해당 글의 데이터가 추가되며, 이는 자바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서비스의 특성상..."

이때 단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절대로 전문용어를 남발하면 안된다. 자신의 전문 지식을 뽐내기 위해서 많은 전문용어를 늘어놓고 어려운 말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을 좋아하는 이는 없다.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해당 서비스의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연습하지 않고는 절대 불가능하다. IT사전에서나 볼 법한 단어는 무조건 언급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하는 습관을 들여라.

4. 파악된 오류는 먼저 얘기하라.

아직 작업이 완료되기 이전이라면 기획자와 개발자들이 알고 있는 오류가 있다. 혹은 깜빡하고 반영하지 못한 것이 시연회 직전에 발견되었을 수도 있다. 이럴 땐 먼저 얘기하라.

"지금 보시는 화면은 방명록입니다. 아직 화면 상단에 들어갈 경고 문구가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이 방명록은..."

오류 혹은 아직 반영되지 않은 부분을 설명하면서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파악하고 있다. 원인도 알고 수정도 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명시하면 된다. 만약 마무리 부분에 얘기하려고 미뤘거나, 그냥 얘기하지 않으려 했는데 시연회 참석자가 먼저 알아내어 지적을 하게 되면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가능하면 시연회에서 사과를 할 상황을 만들지 말라.

5. 다 보여줄 필요는 없다.

시연회 역시 일종의 발표다. 만들어진 페이지(자료)를 다 보여줄 필요는 없다. 비슷한 부분, 그냥 지나쳐도 될 부분은 미리 파악해서 지나쳐라. 가능하면 전체 시간이 15~20분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은데, 의외로 핵심만 짚고 넘어간다고 해도 이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부분이라면 굳이 설명하지 않고 지나쳐도 무방하다.

다만 기획자 본인과 고객 측 담당자가 묵시적으로 '이 부분은 지나쳐도 된다'는 합의는 하고 있어야 한다.

6. 제대로 된 문장을 입력하려 애쓰지 마라.

입력 기능, 생성 기능 등을 보여줘야 할 경우 굳이 제대로 된 문장, 제목을 입력하려 애쓰는 경우도 있다. 타이핑을 했더니 자판이 영어로 지정되어 있어서 지우고, 다시 한글로 바꿔 치고, 오타가 나서 수정하고..

그 러지 마라. 시연회 참석한 사람들에게 온전한 글을 등록하는 걸 보여주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등록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게 중요하다. 타이핑 실력이 아주 좋아서 그냥 한 번에 오타 없이 깔끔하게 입력이 되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무방하다. 'dmadk' 타이핑을 했더니 이렇게 나왔다. 괜찮다. 그냥 '등록'버튼을 눌러서 보여주던 기능이 작동한다는 것, 어떻게 작동된다는 걸 마저 보여줘라.

오타 고치고 있는 그 짧은 시간, 보는 사람은 지루하다. 참석자를 지루하게 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든 금물이다. 참고로 난 아예 'adfekf' 같은 단어를 친다. 무슨 의미가 있는게 아니다. 왼쪽 손가락을 움직이는게 더 편하기 때문에 그냥 왼쪽 새끼손가락부터 시작해서 키보드 몇 개를 드르륵 누를 뿐이다.

7. 연습하라.

누구처럼 대본을 들고, 액션을 취해가며 연습하라는 게 아니다. 우리가 무슨 전문 연설자도 아니고, 수 천명 청중을 상대로 강의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럴 필요까진 없다. 평소 작업중인 화면을 확인하고 점검할 때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어디를 생략해야겠다, 여기선 무슨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라. 머리 속으로 떠올려라. 시연회가 잡혀있지 않더라도 그렇게 보는 습관을 들여라. 그게 반복되면 나중엔 자연스럽게 계획이 떠오르게 된다.

웹 기획자는 필연적으로 글 쓰기와 말하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어쩔 수 없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번지르르하게 윤기 흐르는 말'을 하는 능력이 아니라, 필요한 말, 핵심적인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