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일이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일텐데, 어디서 봤는지 몰라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잠자리에 들 땐 머리맡에 양말을 두곤 했다. 아마도 누나 혹은 형이 하는 걸 보고서 따라했을터이고, 누나와 형도 티비에서 방영하는 외국영화를 보고 따라했겠지. 부모님께서 그 양말 속에 선물을 넣어주셨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무렵 우리집의 형편이 그다지 넉넉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니 선물이래봐야 별다른 건 없었을거다.

초등학교 무렵까지도 매번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버지께서 머리맡에 선물을 놓아주시곤 하셨다. 산타가 주는 선물이 아니라 아버지가 주시는 선물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된 무렵이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누가 주는 선물이든 선물이면 그 뿐이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맡에 선물이 있나 확인해보고 있으면 그렇게 즐거워했었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났는데 머리맡에 선물이 없었다. 잠시 뒤 아버지께서 집안 어딘가를 찾아보라 하셨고, 그곳에서 과자 종합선물(나중에 군대에 가서야 다시 보게 된 바로 그것)을 찾아내곤 조금씩 꺼내먹었다. 아마도 그 해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크리스마스 선물은 받지 못한 걸로 기억한다. 그 해에 아버지께서 '사실은 내가 주는 선물'이라는 말씀을 하셨던가. 희미하다.

시간이 지나 주위엔 아버지가 된 친구들이 여럿 있다. 이미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녀석도 있으니 지금쯤 어디서 큰 양말을 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퇴근길에 아이에게 '이걸 머리맡에 두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신단다'고 하겠지. 요즘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선물을 주려면 양말이 꽤나 커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겨주시던 아버지는 여러 해 전에 돌아가셨다. 가끔은 그 분이 나에게 진정으로 바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곤 한다. 당신께서 마지막으로 보신 내 모습은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학생이었으니 걱정도 많으셨을터다. 마침 IMF 직후였으니 더욱 더.

머리맡에 양말을 걸어두던 시절이 지난 뒤론 더 이상 크리스마스는 별다른 날이 아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버지께서 나에게 바란건 언젠가 나도 아이의 머리맡에 선물을 놓아주는 아버지가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마도그 이상 무언가를 바라시진 않으셨을테다. 그걸 들어드리지 못하는 아들이 때론 죄스럽지만, 그래도 아버지,저 나름대로 잘 산답니다.

모든 분들이 크리스마스 하루만이라도 평안한 날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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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4 11:20 2007/12/2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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