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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인철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관점 혹은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따라 세상을 본다. 주어진 상황, 가진 지식, 본인의 의견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듯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A와 B 중 더 나은 것을 고르라'는 질문과 'A와 B 중 더 못한 것을 고르라'는 질문이 주어진다고 가정하자. 앞 질문에서 A를 고른 사람이라면 나중 질문에서는 B를 골라야 당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앞 질문에서는 대상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지만 나중 질문에서는 대상의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리서치 전문가들이 여론 조사 결과는 얼마든지 조사자의 의도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꽤 오래전에 잡지에서 읽은 이야기다. 어느 심리학자가 길거리를 지나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고 한다. 다리를 삐어서 그러니 저 앞 약국에서 XX파스를 사다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을 들은 행인들이 약국을 방문하면 약국에서는 XX파스는 재고가 남지 않았다고 말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결과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약국을 나와서 XX파스가 다 떨어져서 살 수 없었다고 했다고 한다. 다른 파스는 어떤 것이 있냐고 약사에게 물은 사람도 많지 않았고, 다른 파스를 사온 사람은 더더욱 적었다. 한 가지 조건이 주어질 경우 다른 대안을 생각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책에 나오는 사례 하나를 소개해보자.
A. 보고 싶던 공연의 티켓을 5만원을 주고 샀다. 그런데 공연장에 도착해보니 티켓은 도중에 잃어버리고 없었다. 지갑엔 아직 티켓을 살만한 돈은 남아있고 좌석도 아직 남아있다. 이 때 5만원을 다시 지불하고 티켓을 사겠는가?
B. 보고 싶던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티켓을 사려고 지갑을 보니 오는 도중에 5만원을 분실했음을 알게 됐다. 아직 좌석도 남아있고, 지갑에는 티켓을 살만한 돈도 남아있다. 이 때 5만원을 지불하고 티켓을 사겠는가?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대개의 사람들은 A의 경우라면 티켓을 다시 구입하지 않지만, B의 경우엔 티켓을 구입한다고 한다. A의 경우엔 잃어버린 티켓 비용 5만원과 다시 구입할 티켓의 비용 5만원을 모두 같은 용도(문화비)로 인식하지만 B의 경우엔 잃어버린 5만원과 티켓 구입비 5만원이 다른 용도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A의 경우엔 '10만원짜리 공연'을 본다고 프레임하는 데에 반해 B의 경우엔 '여전히 5만원짜리 공연'을 본다고 프레임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지출한 돈은 두 경우 모두 10만원인데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상생활에서 이런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많은 직장인들이 점심값으로 6,000원을 지불하는 것은 다들 꺼리지만, 저녁에 술값으로 6,000원의 다섯 배인 3만원을 지불하는 것은 그다지 꺼리지 않는다. 술값 3만원보다 점심값 6,000원의 가치가 훨씬 크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또 다른 사례.
A. 100만원짜리 냉장고를 사러 전자제품 상점에 갔다. 물건을 고르고 있는데 누군가 '이곳에서 1시간 차를 타고 가면 3만원 저렴한 가격에 똑같은 제품을 파는 곳이 있다'고 알려준다. 당신이라면 그곳으로 가서 냉장고를 구입하겠는가?
B. 5만원짜리 옷을 사러 상점에 갔다. 물건을 고르고 있는데 누군가 '이곳에서 1시간 차를 타고 가면 3만원 저렴한 가격에 똑같은 제품을 파는 곳이 있다'고 알려준다. 당신이라면 그곳으로 가서 옷을 구입하겠는가?
저자는 어떤 것에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동일한 상황에서의 선택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어떤 결정을 해야할 때에 '내가 어느 것에 프레임 하고 있는가'를 잘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A든 B든 3만원은 똑같은 3만원이다. A에서 '아니다'라고 대답한 사람은 B에서도 '아니다'라고 해야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A의 경우에 '무려 1시간이나 차를 타고 가서 3만원을 아껴?' 하고 생각한 사람들도 B의 경우엔 '1시간만 가면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판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실제 선수보다 잘 하는 이유가 궁금한가? 이 책을 보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