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거야'라는 책을 읽고 있다. 나처럼 대부분의 일을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 수행하고, 그 대상자가 최종 사용자인 사람에게는 꽤 뜨끔뜨끔한 내용이 수두룩하다. 예전에 '상식이 통하는 웹사이트가 성공한다'는 책을 읽었을 때는 '뭐 이리 뻔한 소리를' 하고 넘겼는데, 이 책은 다르다. 혹은 그동안 내가 변한 것일수도 있겠지. 위 책은 서비스 기획자나 소프트웨어 기획자 혹은 개발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사용자들이 '얼마나 바보인가'를 실감케 하는 일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 위 책이 '개발자, 기획자가 얼마나 바보인가'를 구구 절절이 써놓은 책이라면, 사용자도 분명 바보 같은 측면이 있다.

가령 이런 식이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0000을 택할 경우' 라는 문장이 있다고 치자. 이 문장을 보고 어떻게 '아, 저 두 가지를 다 해야 하는구나'하는 결론을 낼 수가 있을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는 말 자체가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얘기로 읽히지 않는단 말인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차를 타는 것이고, 하나는 기차를 타는 것이다. 차를 탈 경우엔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고 기차를 탈 경우엔 KTX를 타라.


이 문장을 보고 '아 차도 타야 되고, 기차도 타야 되는구나'로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도대체, 왜?

'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에서는 이런 대목이 있다. '만약 어떤 소프트웨어가 사용하기 어렵다면, 그건 내가 바보가 아니라 그 소프트웨어를 잘못 만든 것이다' 이건 사실 내가 평소 하는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다. 난 '책이 재미가 없고 어렵다면, 내가 책과 친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책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근데 이번 경우엔 내가 특별한 사고 체계를 갖고 있는 걸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는 말이 나에게만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것으로 이해가 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두 가지를 다 하라'는 걸로 이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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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5 18:05 2008/05/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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