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한 이후 지금까지 쭈욱 다른 사람(기업)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일을 해왔다. 짧게는 2주 정도의 기간을 들이는 것부터 몇 달 동안 여러 명의 사람들이 같은 일을 해야하는 프로젝트까지. 두 달 가까운 시간을 의자에 앉아 잠들었다가 눈 뜨면 일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적도 있고, 남는 시간을 어찌하지 못해 이리저리 웹 서핑으로 시간을 보내던 때도 있었다.
구축 기간이 즐거웠던 기억, 야근 후 직원들과 사무실 근처 맥주집에서 500cc 잔을 들고 건배를 외치며 그날의 스트레스를 풀던 기억부터, 새벽 별을 보며 잠깐 집에 갔다가 PT 자료를 들고 고객사를 찾았던 기억까지. 웹 에이전시 혹은 디자인 사무실에서의 일은 그야 말로 시시 각각 변하고,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무언가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는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웹디자이너의 일도 사실은 업무의 7할은 단순 작업이고, '뭔가 독특한 것을 찾아내라'는 압박을 받는 웹 서비스 기획자의 일도 7할 이상은 단순 작업이 차지한다.
어떤 브랜드 사이트를 만들고 난 후 그 회사에서 나오는 제품은 몇 달간 쳐다보지도 않다가(실제로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모 커피 브랜드 사이트를 만든 이후,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직원들은 몇 달간 그 커피는 쳐다보지도 않은 적이 있다) 다시 시간이 지나 그 브랜드의 이름을 들으면 '나도 저 브랜드가 성장하는 데 일조했는데'하는 마음도 든다.
웹에이전시, 디자인 전문 회사. 어떤 이름으로 불리건 우리는 용역 회사이다. 발주처의 요구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고, 그들의 의사결정에 맞추어 원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물론 수없이 많은 직종의 사람들이 이 유형의 일을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분의 말대로- '컨설턴트는 '꽥' 소리라도 질러보고 죽을 수 있지만, 대개의 용역 업체 직원들은 '찍' 소리도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루는 '비전을 제시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다가, 다음날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을 듣는 것이 이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의 비애이기도 하다.
한 사이트를 오픈시키고 나면 쉴 틈도 없이 다음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현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내가 참여했던 사이트를 방문해보고 '망가져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새끼가 밖에 나가 때묻고 상처 입어 오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수 차례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나도 내가 런칭한 서비스를 내가 키워가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기능은 구축하더라도 나중에 절대로 유지할 수 없습니다'는 수 차례의 경고 아닌 경고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개발을 고집했던 기능이 역시 예상대로 관리가 전혀 안되어 방치되는 것을 볼 때마다 가지게 되는 씁쓸함은 이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느껴봤음직하다.
이렇게 반복되는 일에 환멸을 느껴 도피를 꿈꿨고, 실제로도 잠시 현장을 떠나 있었지만, 결국 다시 돌아온지 1년 하고도 7개월이 되어간다. 내가 현장에서 멀어져 있던 동안 온라인에서는 갖가지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이슈로 떠오르고 환영받고 다시 잊혀져갔다. 무언가 변한 듯한 모습에 '그래도 이 일을 할만한 이유'를 찾아냈다고 생각했으나, 그것도 잠시일 뿐.
지난 주 참가했던 P캠프.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그럼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도출해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적으라'는 순서가 있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외부의 일을 바꿔보려 하지 말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꿔보라는 뜻일거다. 난 '개발자와 좀 더 소통하고자 노력하겠다'고 썼다. 이는 내가 얼마전부터 꿈꾸고 있는 프로세스와도 관련이 있다. 기획자는 화면설계서(스토리보드)를 만들고, 이것을 전달받은 개발자는 그걸 코딩하는 프로세스로는 더 이상 발전도 없고 변화도 줄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뭉뚱그려지면서 복잡다난한 내부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2005년 봄, 당시 운영하던 네이버 블로그에 '인생은 온통 질풍노도의 시기다'는 말을 끄적였는데, 그 때의 감정은 지금도 유효하다.
인생은, 온통 질풍노도의 시기이며, 난 영원한 주변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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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amp 통해서 들어왔습니다.
개발자와 잘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획자!
그런 생각을 가지셨다니 왠지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
개발자와 잘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획자!
그런 생각을 가지셨다니 왠지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
형, 올만에 여기다 족적 남기우.
오픈아이디 까먹었네, 한동안 안들어왔더니.--;
'그래도 이 일을 할만한 이유'를 저 또한 찾아보려고 했으나,
'원래 적성에 안맞는거 알면서 시작한 일'이었다는 결론에 도달. 우울합닏, 요즘. 흐흐.
오픈아이디 까먹었네, 한동안 안들어왔더니.--;
'그래도 이 일을 할만한 이유'를 저 또한 찾아보려고 했으나,
'원래 적성에 안맞는거 알면서 시작한 일'이었다는 결론에 도달. 우울합닏, 요즘. 흐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