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신한은행을 주로 쓰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마도 95년부터 써온 듯하다. 군대를 전역하고 통장을 새로 만들었는데, 내가 다니던 학교에 조흥은행이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거기서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첫 직장에 들어가니 급여를 조흥은행으로 넣어준다. 그래서 그냥 계속 썼다. 직장을 옮겼는데, 거기도 급여를 조흥은행으로 넣어준다. 또 계속 썼다. 직장을 다시 옮겼는데, 거기서도... (이 때 회사 근처에 조흥은행이 없어 하나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 그게 아직 살아있고, 돈도 몇 천원 있다는 걸 오늘 알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신한은행에 급여를 넣어준다. 그래서 지금도 쓴다.
근데, 내가 여러 해 동안 살고 있는 신림사거리 근처에는 신한은행이 없다. 물론 '근처'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잡느냐에 따라 이 말은 달라질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근처'에는 없다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집 근처에서 돈을 찾으면 매번 추가로 수수료를 부담했다. 다른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서 그리 얼마라도 넣어둬야지, 하면서도 늘 그냥 그런다.
신한은행을 지금껏 계속 쓰는 이유는 딱 하나다. (아 물론 급여가 이리 들어오니 없앨 수는 없지) 신한은행 ezPlus를 쓰면 그 지겹고, 귀찮고, 짜증나는 액티브X를 안깔아도 된다. 지금 당장 윈도우 제어판을 열고, 보안 프로그램을 가장한 액티브X 무더기를 싹 지워보라. 그리고 브라우저를 열어 (물론 익스플로러를 열어야지. 좋은 나라야) 아무 은행이나 들어가보라. 은행 CI 한 번 보려면 몇 개의 액티브X를 깔아야 할까?
말이 나온김에 말이지. 액티브X, 그래 금결원(이름 땜에 많이들 오해하시는데, 얘네 정부기관 같은 거 아니다. 그냥 법인이다.)이 쓰라고 하고 법이 그렇고 어쩌고 해서 쓴다고 치자. 근데, 그거 적금 안내글이나 고객센터 뭐 이런 거 보려고 간 사람한테까지 설치하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잖은가. 안그러냐? 니들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안, 계좌이체나 뭐 암튼 실제로 금융거래를 할 때 필요한 거잖아. 비과세 적금 어떤게 좋나 보러 간 사람한테도 액티브X 더미를 마구 던져대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
그래서, 하나은행 앱이 나온김에 써보고 또 집 근처에 있는 하나은행에서 돈 찾아서 수수료도 아껴볼겸 오늘 하나은행에 계좌를 만들었다. 화분 그려진 그거. CMA 된다는 그거 만들어주더만. 그리고 나서 퇴근 후, 좀 전에 어플을 깔고 시도를 했다.
속 뒤집어지는 줄 알았네그랴. 액티브X 폭격은 이해하는데, 공인인증서를 아이폰으로 옮긴 뒤에 인증받고 어쩌고 하는데 엄청 헤맸다. 보안카드 숫자 넣고 확인 누르면, 왜 다시 공인인증서 목록 화면으로 가는거냐? 거기서 또 공인인증서 선택해야 다음 단계로 가더만. 보안카드 숫자를 잘못 넣었다(난 잘 넣는다고 넣었는데, 두 번이나....)고 튕기고, 뭐래더라? 하여간 뭘 찾을 수 없다고 튕기고.
암튼 우여곡절 끝에 계좌내역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는 이 계좌를 이용해서 생활비를 써볼 생각이다. 잔액 확인도 자주 하고 말이지.
그저께는 신한은행에서 모바일 뱅킹 서비스(VM이라고 하던가?)가 새로 나왔다고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건 분께는 미안하지만) 하나은행처럼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만들면 다시 전화하라고 하고 끊었다. 아이폰에도 키보드 보안 뭐 이런 걸 설치하도록 가이드를 만들겠다고 '에헴' 한 분이 있다는데, 주위 사람들이 그 새 조언 좀 해드렸는지 모르겠다. 그 분의 꿈은 참 원대하나, 다들 알다시피 아이폰은 애플에서 만들어서 애초에 탑재해서 나온 어플리케이션 외에는 멀티 태스킹이 안된다. 그러니 보안 삼총사던 사총사던 얘네를 같이 실행하게 할 방법은 없다는 말이다. 그 분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암튼 애플이 바꿔주기 전엔 안된다. 최소한 언론에 대고 저런 말 하기 전에 한 번쯤은 생각을 좀 해보란 말이지. 모르면 쫌 물어보고. 쫌. 영화 '두사부일체'에서 두목 계두식이 등교 첫날 오버하는 부하의 머리를 때리면서 '너는, 시키야, 모르면 물어봐! 쫌! 엉!' 하고 외치던 게 생각나네.
암튼, 결론은 하나은행 계좌 (새로) 만들었다. 체크카드 받으러 갈 때 아직 열려있는 예전 계좌 닫아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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